신축 빌라 계단 벽면, 공간의 질서를 만드는 중
빌라의 첫인상은 어디서 결정될까?
보통은 현관이나 외관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거주자나 방문자가 가장 자주 마주치는 곳은
계단과 그 벽면이다.
이번 시공은 신축 빌라의 내부 계단 벽면을 마감하는 작업이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복도 벽이자,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코너의 주요 시야점.
작은 공간이지만 그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은,
디테일이 공간을 말해주는 자리였다.
신축 건물의 벽면은 완성된 게 아니다
신축 건물이라고 해서,
모든 벽이 곧장 마감 가능한 상태는 아니다.
특히 계단 옆의 벽면은
기초 콘크리트 상태 그대로인 경우가 많고,
여기에 배선, 전기박스, 환기구, 소방 설비 등
수많은 요소들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이번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 기초 벽면의 레벨 편차가 심하고,
- 콘크리트 결이 드러난 상태였으며,
- 배선 및 박스는 노출되어 있었고
- 바닥은 아직 마감되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었다.
한 마디로, 기능은 있으나 질서가 없는 상태였다.
벽은 단순히 공간을 나누는 경계가 아니라
시선과 분위기를 정리하는 배경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 작업은 단순한 타일 부착이 아니라
공간의 흐름을 설계하는 일이기도 했다.
설계 포인트 – 질서 있는 벽
시공 전, 우리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원칙을 세웠다.
- 패턴보다 ‘정돈감’이 중심
→ 복잡한 무늬보다 균일한 톤의 포세린 타일 사용 - 기능보다 ‘선의 흐름’이 먼저
→ 벽체의 각종 배선, 박스를 줄눈과 정렬 - 공간감 확보
→ 계단과 벽, 천장이 분리돼 보이도록 음영 조정
시공 방식은
포세린 타일 직부 + L자 몰딩 마감
배선 박스는 최대한 밀착되도록 절단 가공했고,
배관은 상부에서 빼내 간결하게 정리했다.
시공 중 – 손끝에서 잡히는 1mm의 차이
시공 중 가장 중요한 건
눈보다 손끝이었다.
벽이 평탄해 보이더라도,
타일을 붙이고 나서 보면
1mm씩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오차는 결국
줄눈이 비뚤어지거나
타일 모서리가 뜨게 만든다.
그래서 작업자는 다음을 반복했다.
- 타일을 붙이기 전, 2회 이상 수직 수평 체크
- 레이저 수평기 외에도 직접 줄자와 레벨기로 교차 측정
- 타일 한 장 붙이고 다음 장을 붙이기 전, 반드시 손바닥으로 눌러 탄성 확인
이런 반복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 과정을 줄이면
결과물도 줄어든다.
현장의 디테일 – 손이 더 기억한다
지금은 시공 중이다.
하지만 이 공간은 이미 바뀌고 있다.
- 시멘트 벽이 더 이상 무표정하지 않다.
- 계단을 오르며 마주하는 벽이 '마감된 표정'을 가지기 시작했다.
- 전선이 사라지고, 박스가 타일과 어울려 정돈된 느낌을 준다.
이런 변화는 도면에서 보이지 않는다.
벽의 수직선, 모서리의 만남,
그리고 타일과 벽 사이의 미세한 그림자까지
현장에서 손이 먼저 기억한다.
특히 이번에는
벽체와 계단 사이,
계단과 천장 사이를 마감하기 위해
타일 절단 각도를 수 차례 조정했고
절단면이 보이지 않도록
몰딩으로 숨겨야 했다.
시공이 끝나면, 아무도 모르는 것들
이 작업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그냥 “깔끔하네.” 하고 지나갈 것이다.
어쩌면 아무도
벽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타일 하나 붙이기 위해 몇 번을 눌렀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 질서감 있는 공간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안엔 오늘도
현장에서 무릎 꿇고,
레이저 수평기와 손바닥을 번갈아 가며
타일을 붙인 손끝의 시간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시공 중’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간에서
하나하나 정리하고,
다듬고,
손끝으로 균형을 잡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계단을 오르는 누군가가
무의식적으로 “편안하다”고 느끼면,
그걸로 충분하다.
Ansajang Tiles | 손끝장인 안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