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이나 주방 벽에 반듯하게 붙어 있는 하얀 타일.
사람들은 그저 깔끔하고 실용적인 마감재로 여기지만, 장인의 눈엔 이 타일 하나에도 수십 년의 경험과 철학이 담겨 있다.
“줄눈이 틀어지면, 그날 시공은 다시 시작해야지.”
그는 웃으며 말하지만, 그의 말 속에는 타협 없는 기준이 숨어 있다.
벽면이 수직을 이루는지, 줄눈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지, 타일이 수평을 맞추고 있는지.
모두가 마감 후엔 눈치채지 못하는 디테일이지만, 이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장인의 손끝이다.
■ 하루에도 수십 번 확인하는 수평선
타일을 붙이기 전, 그는 먼저 벽면의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시멘트 벽이 고르지 않으면, 작은 단차 하나가 전체 시공의 흐름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평계와 줄자, 그리고 ‘눈대중’까지 총동원된다.
“눈대중이 제일 정확해져야 해. 기계는 틀릴 때가 있어도 손과 눈은 안 속이거든.”
그의 말처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손끝에서 이루어진다.
■ 타일의 재질도 공간과 대화해야 한다
요즘은 타일도 다양해졌다.
고광택 타일, 무광 도기 타일, 천연석 느낌의 타일, 대형 포세린 타일까지.
장인은 현장에 따라 타일의 종류를 바꾼다.
욕실엔 미끄럼 방지가 강한 타일을, 주방에는 기름때가 잘 닦이는 타일을 쓴다.
심지어 햇빛이 잘 드는 거실 벽엔 색 변형이 적은 고강도 타일을 추천한다.
“타일도 그 공간에서 숨 쉬어야 해. 그 공간의 공기, 습도, 빛까지 읽어야 제대로 붙일 수 있어.”
이 말처럼, 타일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다.
생활하는 사람의 편안함까지 계산하는 배려의 철학이다.
■ 하루하루, 여전히 현장에서 배운다
그는 최근 35년 된 아파트의 욕실을 리모델링했다.
곰팡이가 피어 있던 타일을 전부 걷어내고, 바탕부터 다시 다듬었다.
벽면 방수는 두 번. 타일 접착은 하루 간격. 줄눈 마감은 마른 후 이틀 뒤.
서두르지 않는 대신, 완벽한 마감을 고집했다.
“요즘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좋아하잖아. 그런데 타일은 기다려야 하는 일이야.”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작업은 더 느려졌지만, 그만큼 단단해졌다.
타일은 그 공간에 오래 머물 사람을 위한 작업이기에, 시간도 정성도 아끼지 않는다.
■ 기억이 깃든 손끝
장인은 종종 말한다.
“손끝이 기억하는 게 있어. 같은 타일이라도 붙여보면 감이 와.”
그 기억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수천 번 현장을 누비며 쌓인 감각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균열이나 미세한 오차도 손끝이 먼저 알아차린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시공한 공간에는 늘 이름을 남기듯 마음을 담는다.
그날의 작업이 끝난 후, 그는 벽을 한 번 더 바라본다.
줄눈이 반듯한지, 타일이 떨림 없이 잘 붙어 있는지.
그리고는 조용히 혼잣말을 한다.
“이 벽도 내 마음이 지나갔지.”
– Ansajang Tiles | 손끝장인 안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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