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하나 시공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보는 사람은 한나절도 안 되어 뚝딱 만들어지는 걸로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장인에게 계단 한 칸은 하루 이상의 고민이고,
1mm의 오차는 하루를 되돌리는 무게다.
한 칸 한 칸, 쌓아 올리는 시간
이번 현장은 신축 상가의 메인 계단이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밑에서 위로 한 칸 한 칸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아래에서부터 쌓는다는 것은 매 단계마다 내 작업이 쌓이고 남는다는 뜻이다.
한 번의 실수도, 한 번의 대충도, 다음 단을 위해 허용할 수 없다.
매일 아침, 맨 아래 첫 칸에 서서 수직을 잡는다.
수평계를 놓고, 손끝으로 타일 모서리를 느끼고,
눈을 감고 발끝을 바닥에 대본다.
"여기서 시작된다"는 걸, 발로 기억하기 위해서다.
1mm, 장인의 세계
사람들은 1mm가 뭐 그렇게 대수냐고 묻는다.
1mm. 눈으로 봐서는 티도 안 날 그 오차가,
계단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바꿔 놓는다.
처음 1mm가 허용되면, 그 다음은 2mm가 된다.
다섯 칸쯤 오르면 발끝이 걸리고,
열 칸쯤 오르면 사람의 걸음이 불편해진다.
장인의 작업은 ‘처음’을 끝까지 지키는 일이다.
1mm를 허용하지 않는 손끝,
그것이 계단의 리듬을 만들고, 오르는 이의 걸음을 편하게 한다.
타일 한 장의 존엄
나는 계단 시공을 할 때마다
타일 한 장, 한 장을 사람처럼 대한다.
그 타일은 어떤 공장에서 태어나고,
어떤 길을 건너 이 현장에 도착했을까.
타일이 갖고 있는 결, 무게, 빛깔 하나하나를 읽는다.
깨지기 쉬운 모서리, 스치는 손길,
그 모든 걸 버티는 건 결국 이 작은 타일이다.
나는 그걸 생각하면
타일 한 장을 붙일 때조차 소홀할 수 없다.
흘린 땀은 선이 된다
시공 중간 중간, 나는 잠깐 멈춰 선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그리고 타일을 손으로 쓸어본다.
걸리는 데가 없는지,
울컥 올라온 곳이 없는지.
흘린 땀이 만들어낸 그 선을 따라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정도면 되지"가 아니라,
"정말 이걸 내 이름으로 남길 수 있을까."
장인의 이름은 어디에 새겨지는 게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닥, 발밑, 그 작은 1mm에 남는다.
밑에서 위로 올라가며
밑에서 위로 시공하는 방식은
내게 매순간 초심을 요구했다.
내가 놓은 한 칸이 다음 칸의 기준이 된다.
내가 만든 각도가 다음 줄을 만든다.
계단을 오르며 시공하는 것은
내가 만든 길을 다시 스스로 걸어가는 일이다.
한 칸, 한 칸, 몸을 낮춰 세심하게 타일을 붙이고,
다시 일어나 다음 칸에 서는 반복.
그 과정은 마치
내 작업에 대한 질문과 답을
매 칸마다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마무리하며
계단 한 칸을 만들기 위해,
나는 수십 번 수평을 재고, 수직을 확인한다.
줄눈을 맞추고, 모서리를 다듬는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단순히 계단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시간을 쌓고, 손끝의 신념을 쌓고, 이름 없는 신뢰를 쌓는다.
누군가 이 계단을 오를 때,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를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장인의 완성이라고 믿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1mm를 위해,
오늘도 나는 한 칸을 만든다.
– Ansajang Tiles | 손끝장인 안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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